카테고리 없음 / / 2022. 10. 17. 18:05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맥시멀리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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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나무위키

맥시멀리즘, 모든 것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영화 제목과 같이 3편의 소제목으로 나뉜다. 첫 장이 Everything 모든 것, 두 번째 장이 Everywhere 어디서나, 세 번째 장이 All at Onece 한꺼번에라는 타이틀로 이루어져 있다. 제목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영화는 정말 많은 내용을 담고 있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많다. 그러다 보니 보는 사람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을 여지가 많은 영화였다. 큰 줄거리는 멀티버스 세계에서 만들어진 악당 '조부 투 바키'를 미국에서 이민자로 세탁소를 운영하는 평범한 엄마 에블린(양자경)이 막는 내용이다. 그 속에서 가족애를 느낄 수 있으며 코믹한 요소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에블린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웨이먼드와 결혼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곳에 정착해 세탁소를 운영하고 딸 조이를 낳으며 평범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딸은 동성애자로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한 때 사랑했던 웨이먼드와도 사이가 안 좋아진다. 아메리칸드림을 가지고 시작한 세탁소도 세금 문제로 닫을 위기에 처한다. 다른 세계의 에블린은 달랐다. 쿵푸의 고수가 돼 엄청난 스타 생활을 하는 에블린도 있었고 멀티버스 간의 점프를 연구해 업적을 세운 에블린도 있었다. 그에 비해 현실 에블린의 삶은 안 풀려도 너무 안 풀린 삶이었다. 가장 안 풀린 케이스의 에블린인 것이다. 지폐를 넣었지만 넣은 만큼 나오지 않는 동전교환기, 영화에서는 이런 에블린의 삶을 세탁소에 있는 동전교환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영화에서는 말도 안 되는 행동들이 많이 나오며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멀티버스 간의 점프인 벌스 점프를 위해서는 말도 안 되는, 개연성이 없는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립글로스를 껌처럼 씹어먹는다거나 왼쪽, 오른쪽 신발을 바꿔 신는 행위들이 이에 해당한다. 예를 든 행위들은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고수위를 보여주며 상상하기 힘든 행위들을 보여준다. 감독이 평소 어떤 상상들을 했는지 짐작해본다.

 

 

멀티버스 세계관

멀티버스란 다중 세계가 존재한다는 세계관으로 그 세계는 내가 선택을 함에 따라 생겨난다. 어떤 선택을 해서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면 다른 세계에는 그 선택을 하지 않은 내가 존재한다는 세계관이다. 그렇기에 잘 풀린 나도 존재하고 잘 안 풀린 나도 존재한다.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적용하는 건 시간뿐이다. 요즘 영화에서 멀티버스 세계관이 많이 등장한다.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예로 들 수 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의 멀티버스는 마블에 비해 훨씬 전하는 바가 컸다. 마블에서의 멀티버스는 단순히 또 다른 영웅,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 썼다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는 멀티버스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삶의 태도를 전달한다.

조부 투 바키는 모든 멀티버스의 자신을 경험하고 부질없음을 느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경험해 보며 자기 파괴적으로 변했고 이제 그녀가 경험해보지 못한 건 죽음뿐이었다. 조부 투 바키는 자신을 막으려고 모든 것을 경험한 에블린을 만난다. 에블린도 처음에는 조부 투 바키와 같이 허무함을 느끼고 세탁소를 부시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멀티버스의 여러 웨이먼드의 말을 듣고 마음이 동하게 된다. 세상에 좀 더 다정해졌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과 잘 안 풀렸어도 현실을 소중하게 대하는 그를 보며 조부 투 바키를 사랑으로 대한다. 아니 모든 적을 사랑으로 변하게 한다. 에블린이 웨이먼드의 말을 듣고 느꼈던 건 무엇이었을까? 웨이먼드를 따라가서 결과적으로 둘 다 잘 안 풀린 삶이었지만 웨이먼드는 그런 삶에서 행복을 찾았다. 에블린도 비록 세탁소를 하며 세금 문제로 힘들어했지만 웨이먼드를 만나 소중한 기억이 더 많았던 것이다. 에블린이 수많은 경우의 수에서 웨이먼드를 만난 것이기 때문에 그 보잘것없는 세계가 소중하게 느껴졌던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관계의 회복

에블린은 자신의 아버지와도 사이가 좋지 못했고 남편과도 딸과도 사이가 좋지 못했다. 하지만 모든 세계를 경험해보며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딸과의 관계 회복은 사건의 해결과도 이어지는데 조부 투 바키를 결국 설득해 죽음에서 구한다는 것이다. 모든 에블린으로 살아본다는 건 딸이 경험한 걸 답습하며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도 다가왔다. 에블린의 자기 내면에서 일어난 변화로 모두를 구하게 되고 가족과의 관계도 회복한다. 영화 전반부에 영수증을 정리하며 남편을 달달 볶는 에블린, 딸을 이해하지 못해 잔소리를 늘어놓는 에블린은 후반부에 가족들에게 따뜻함으로 대하는 크게 바뀐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죽음의 베이글

조부 투 바키는 베이글에 세상 모든 것을 붙여서 블랙홀과 같이 모든 걸 빨아드리는 물체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중요한 요소를 베이글로 하다니, 조부 투 바키가 얼마나 모든 것을 부질없게 보는지 알 수 있는 장치라 생각한다. 아니라면 감독이 겉은 대놓고 병맛 영화로 만들려는 속셈인지도 모르겠다. 또 영화에서 베이글을 투영한 시각적 요소들이 많이 나온다. 영화 오프닝에 가족들이 노래를 부르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담은 원형 거울,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게 해주는 눈깔 모양 스티커, 세탁기 등. 원형에 시각적 요소들이 많이 활용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살아서 다행이다.

살면서 내가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어떤 모습일까, 또 다른 세계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이런 상상들을 자주 하고는 한다. 왜 내 삶은 노력한 만큼 잘 풀리지 않을까, 다른 세계에서 나는 더 풍요롭게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봤다. 영화를 보고 잘 풀린 게 없지만 하나밖에 없는 내 삶이 더 소중하게 다가왔다. 내가 영화에서 받은 메시지는 그랬다. 오랜만에 가볍게 표현했지만 절대 가볍지만은 않은, 여운이 진하게 남는 영화를 봤다. 아직 상영하고 있으니 고민을 하는 분들은 꼭 영화관에서 보기를 추천한다. 사운드도 영화에 크게 한몫을 하기 때문에 영화관에서 보면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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