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이 관심이 되는 순간
해준(박해일)은 강력계 형사다. 구소산 사망사건으로 조사하던 중 사망자의 아내인 서래(탕웨이)를 조사하게 된다. 구소산 사망사건은 구소산 정상에서 기도수라는 남자가 추락한 사건이다. 서래는 자신의 남편에 죽음에 대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아 해준의 의심을 사게 된다. 서래는 노인 간병일을 해오고 있었고 남편이 죽던 월요일도 간병일을 하고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있었다. CCTV에도 찍혀 있었으며 할머니도 월요일에 서래가 왔었다고 말한다. 불면증이 있던 해준은 잠복근무를 자처하고 서래를 망원경으로 감시한다. 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고, 저녁을 아이스크림으로 때우고, 티비를 보다 지쳐 잠드는 서래를 보며 해준은 서래에게서 의심을 거둔다. 오히려 외로워하는 서래의 모습을 보며 동정심을 느낀다. 해준은 서래를 취조할 때 비싼 초밥을 대접하는가 하며 서래를 인격적으로 대우해준다. 서래는 자신이 해준에게 감시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오히려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게 서래도 해준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한다. 서래가 기도수의 용의 선상에서 완전히 제외되자 둘은 산속의 절로 데이트를 간다. 해준은 서래의 거친 손에 핸드크림을 발라주며 편안하게 해 주고 서래도 해준이 편히 잘 수 있게 도와준다. 하루는 서래가 다른 요일 할머니가 아프셔서 응급실에 있다는 말에 해준이 월요일 할머니를 간병하러 대신 가준다. 할머니와 얘기를 하며 친해진 해준은 할머니 핸드폰으로 사용기록을 정리하던 중 계단 오르기 앱을 보게 되고 기도수가 죽은 날만 138층이 기록된 것을 보게 된다. 형사의 직감으로 이미 알았겠지만 해준은 직접 확인해본다. 계단 오르기 앱을 다운로드하여 자신이 직접 산에 올라보고 138층이 기록되는 것을 확인한다. 서래가 미리 치매가 있는 할머니의 핸드폰과 자신의 폰을 바꿔치기해서 월요일 알리바이를 만들어두고 산에 오른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남편보다 먼저 정상에 도착해 남편이 오자 뒤에서 밀어서 죽인 것이다.
영원한 미재 사건으로
해준은 서래를 놓아준다. "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 깊은 데 빠트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해요"라고 서래에게 얘기하고 자신은 붕괴됐다고 한다. 그렇게 서래는 자신에게 처음으로 다정했던 남자를 떠나 살아간다. 13개월 후 서래에게 또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이번에도 서래가 남편을 죽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유는 해준을 위해서. 모든 것을 알아버린 새 남편이 해준의 삶을 더 망가뜨릴까 봐 막은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바다에 버린 휴대폰처럼 바닷가에 구덩이를 파고 파도와 함께 사라져 버린다. 해준은 서래를 찾으러 바닷가에 오지만 이미 한발 늦은 후였다. 서래의 이름이 파도에 부서지며 영화는 끝이 난다.
박찬욱 감독,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
'헤어질 결심'은 '아가씨' 이후로 6년 만에 나온 박찬욱 감독의 장편영화이다.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그에 반해 흥행성적은 다소 부진한 편이었다. 수위가 센 박찬욱 감독의 다른 영화에 비해 오히려 관람객이 저조했다. 아마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탑건 메버릭'의 영향 때문이라 생각한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보면 항상 미술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생각이 든다. 촬영 배경이 모두 평범하지가 않다. 바닷가 씬에서도 정확히 원하는 그림을 얻기 위해 동해바다와 서해바다에서 촬영을 했다고 한다. 또 기존 경찰서와 다르게 고급스러운 느낌의 경찰서도 기억에 남는다. 박찬욱 감독이 디테일 하나하나에 신경을 쓴 게 느껴진다. 영화 주제상 충분히 자극적인 장면이 있을 수 있었는데 넣지 않았다. 2006년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이후 16년 만에 15세 관람가 심의가 나왔다고 한다.
탕웨이와 박해일의 만남
지금까지 감독과 줄거리 얘기를 했지만 배우들의 얘기도 빠질 수 없다. 해준을 연기한 박해일과 서래를 연기한 탕웨이 모두 연기력과 매력에 작품의 분위기가 배가 됐다. 탕웨이는 영화를 찍기 위해서 한국어를 문법부터 공부하며 열정을 보였다고 한다. 또 촬영 중 부상을 당해 목발을 짚기도 했다고 한다. 각본을 쓸 때부터 두 사람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하는데 충분히 이해가 간다. 특히 탕웨이를 캐스팅하기 위해 중국인 설정을 가져갔다고 하니 탕웨이가 거절하면 대체할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박해일은 박찬욱 감독이 덕혜옹주를 보고 케스팅을 결심했다고 한다.
헤어질 결심을 보고 느낀점
로맨틱 스릴러의 장르로 볼 수록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영화였다. 한 번밖에 보지 못하고 써서 사실 이렇다 할 해석을 가미하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전반적으로 줄거리와 표면적인 이야기들 밖에 다루지 못한 듯하다. 다음에 볼 때는 카메라 구도, 색감, 배경 등 박찬욱 감독의 의도들을 하나씩 파 해쳐 보며 봐야겠다. 뭐 그런 어려운 것들을 차치하고 라도 여운이 남는 훌륭한 영화였다.